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양자 우주대화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방위적 우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4차 한미 민간우주대화'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NASA 프로젝트 참여 확대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등이 구체화되면서 국내 항공우주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미 우주협력 본격화...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나
이번 대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이 NASA의 주요 우주 임무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는 '성간지도화 및 가속 탐사선'(IMAP) 프로젝트와 해양대기청(NOAA)의 우주환경 임무(SWFO-L1)에 한국의 참여가 확정됐다.
IMAP은 태양풍과 성간 매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과학 임무로,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연구진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SWFO-L1은 태양풍과 코로나 물질 방출(CME)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우주 환경 예측 능력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이 두 프로젝트는 모두 고도의 위성 기술과 센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국내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참관자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들이 NASA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우주 환경 모니터링 장비와 관련된 부품·소재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과 미국 GPS의 협력 강화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성과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과 미국 GPS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이다. KPS는 2035년까지 총 8기의 위성을 발사해 구축할 예정인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으로, 이번 협력을 통해 기술적 안정성과 국제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KPS는 한국의 항공우주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초대형 프로젝트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KAI(한국항공우주) 등 국내 대표 방산·항공우주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기본 설계를 마치고 상세 설계 단계에 진입한 상태로, 2027년 첫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KPS 사업은 수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관련 기업들에게는 중장기적인 실적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GPS와의 상호운용성 확보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이는 참여 기업들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상업 달 운송 서비스 참여 확대
이번 대화에서 논의된 또 다른 중요한 협력 분야는 NASA의 대표적인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상업 달 운송 서비스(CLPS)'에 한국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한국은 이미 2021년 5월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했지만, 이번 논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참여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특히 라그랑주 L4 지점에서의 우주방사선 분석 등 구체적인 임무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 달 운송 서비스(CLPS)는 민간 기업이 달 표면에 과학·기술 장비를 운송하는 서비스로, 한국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이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단순한 달 탐사를 넘어 우주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한국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역할을 맡게 된다면, 참여 기업들은 미래 우주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주 방사선 차폐, 생명유지장치 등 특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항공우주 관련주는?
이번 한미 우주협력 강화에 따라 국내 항공우주 관련주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기존 방산 기업들 중 우주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들과 KPS 개발 참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그룹의 항공우주 부문 핵심 계열사로, 위성 추진체 개발 및 우주발사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누리호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의 주요 개발 파트너다. 최근에는 우주 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며, 우주 추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4월 15일 종가 기준 주가는 10만 3,200원으로, 연초 대비 약 25% 상승했다. 증권사들의 12개월 목표주가는 12만~13만원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한화시스템(272210)
한화그룹의 방산 전자 및 ICT 계열사로, 위성통신 사업과 우주 인터넷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KPS 위성의 탑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저궤도 통신위성 '스페이스허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영국 위성통신 기업 '원웹'에 투자하며 글로벌 우주 인터넷 시장에도 진출했다.
4월 15일 종가 기준 주가는 1만 5,250원으로, 연초 대비 약 15% 상승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18개월 내 2만원대 진입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047810)
국내 최대 항공우주 전문 기업으로, 위성체 개발과 우주발사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다목적 실용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등 다양한 위성 제작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KPS 위성체 개발에도 참여 중이다. 최근에는 위성과 발사체 사업을 확대하며 우주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4월 15일 종가 기준 주가는 5만 3,300원으로, 올해 들어 약 30%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방산 수주 증가와 함께 우주 사업 확대에 따른 장기 성장 가능성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IG넥스원(079550)
방산 전자 전문 기업으로, KPS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위성항법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우주 상황인식(SSA)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번 한미 협력에서 논의된 우주 상황인식 역량 강화 분야에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4월 15일 종가 기준 주가는 13만 9,600원으로, 연초 대비 약 20% 상승했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주가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AP위성(211270)
국내 위성통신 전문 기업으로, 위성통신 안테나와 단말기 개발·제조에 특화되어 있다. 특히 KPS와 연계된 위성항법 수신 단말기 개발 가능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저궤도 통신위성 사업에도 참여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4월 15일 종가 기준 주가는 2만 1,750원으로, 올해 들어 약 3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위성통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 잠재력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주 산업 투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한미 우주협력 강화는 분명 국내 항공우주 산업에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투자자들은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의 접근 필요
우주 프로젝트는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며,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KPS의 경우 2035년까지의 장기 프로젝트이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역시 2030년대까지 이어지는 장기 계획이다.
우주 산업 투자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5~10년 이상의 장기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유망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여부 체크
우주 사업만으로 당장의 매출과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견고한 기존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국내 우주 기업들은 방산이나 항공, 통신 등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우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국항공우주는 방산과 항공 부문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어, 우주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라도 재무적 안정성이 있다. 반면 순수 우주 스타트업들은 기술력은 뛰어날 수 있지만, 아직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아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기술력과 국제 협력 경험 확인
NASA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국제 협력 경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미 해외 우주 기관이나 기업과의 협력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NASA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까다로운 기술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미 국제 인증을 받은 기술이나 유럽우주국(ESA), 일본 JAXA 등과 협력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과거 국제 협력 성과와 보유 인증을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전망 및 투자 포인트
한미 우주협력 강화는 국내 항공우주 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2027년으로 예정된 제5차 한미 민간우주대화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벤트와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KPS 주요 계약 체결: 2025~2026년 KPS 1단계 위성 개발 본계약이 체결되면 참여 기업들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
- 아르테미스 미션 참여 구체화: 한국의 아르테미스 참여 범위와 역할이 구체화되면 관련 기업들의 재평가 가능성
- 차세대 중형위성 4호 발사: 2026년 발사 예정인 차세대 중형위성 4호의 성공적 발사는 국내 위성 기술력의 재평가 계기가 될 수 있음
- 국내 우주 스타트업의 성장: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의 기술력과 사업성이 검증되는 시점에 주목
2025년부터 2027년까지가 국내 우주 산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PS 개발 본격화, 아르테미스 참여 구체화, 차세대 중형위성 발사 등 주요 이벤트가 집중되어 있어, 이 시기에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우주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장기 성장성에 주목하되 단계적 접근을
한미 우주협력 강화는 분명 국내 항공우주 산업에 긍정적인 모멘텀이지만, 투자자들은 성급한 기대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주 프로젝트의 특성상 실질적인 매출 기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과정에서 기술적, 정책적 변수도 존재한다.
다만 글로벌 우주 시장이 2040년까지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한미 우주협력은 한국 기업들이 이 거대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 단계적으로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적절해 보인다.
우주 산업은 국내에서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신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단기 실적보다는 기술력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들을 발굴하고,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