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이 미국 텍사스주 배스트럽시에 새로운 생산·연구시설인 '배스트럽 캠퍼스'를 준공하면서 북미 전력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번 진출은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와 같은 무역 장벽에 대응하면서 현지 생산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됩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 북미 지역의 급증하는 전력 인프라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해외 진출 확대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 현지 생산으로 관세 리스크 돌파...전력기기 수급 흐름 변화 예고
최근 LS일렉트릭이 미국 텍사스주에 배스트럽 캠퍼스를 준공한 것은 단순한 해외 생산기지 확보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구자균 회장이 "2030년까지 2억4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생산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는 미국 시장을 교두보로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입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번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LS일렉트릭의 현지 생산 전략은 이러한 무역 장벽을 우회하는 현명한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배스트럽 캠퍼스는 4만6000㎡ 부지에 약 3300㎡ 규모로 조성됐으며,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시스템 등을 생산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공장, 상업시설 등에 공급될 예정으로, 지난해 북미에서 약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LS일렉트릭의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하는 글로벌 전력기기 수급 환경...국내 업체들 현지화 전략 가속
LS일렉트릭의 미국 진출은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전력기기 수급 환경을 잘 보여줍니다. 현재 세계 전력기기 시장은 크게 세 가지 트렌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첫째,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전력 인프라 수요 급증입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고품질 배전시스템과 전력 관리 장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LS일렉트릭이 최근 1600억원 규모의 메이저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 배전시스템 공급 사업을 수주한 것도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둘째,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의 필요성 증가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주요 시장 현지에 생산기지를 갖추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LS일렉트릭뿐 아니라 효성중공업, 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다른 전력기기 업체들도 해외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셋째,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그리드 현대화 수요 증가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 그리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첨단 배전 장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시스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LS일렉트릭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전력기기 관련주는?
LS일렉트릭의 미국 진출과 함께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주목받는 가운데, 투자 관점에서 살펴볼 만한 관련 종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LS ELECTRIC(010120)
전력기기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이번 배스트럽 캠퍼스 준공으로 북미 사업 확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지난해 북미에서만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70%와 미국 시장 톱4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배전시스템 수주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합니다.
최근 주가는 미국의 관세 정책 우려로 다소 주춤했지만, 미국 현지 생산으로 관세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어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발표로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추가 수혜가 기대됩니다.
2. 효성중공업(298040)
국내 최대 변압기 제조사로,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대형 전력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며, LS일렉트릭과 마찬가지로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중동 등에서 대규모 전력 인프라 수주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합니다. 특히 ESS와 연계된 전력 솔루션 사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그리드 현대화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됩니다.
3. 현대일렉트릭(267260)
변압기, 개폐기, 배전반 등 다양한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현대일렉트릭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와 ESS 연계 시스템이 주력 제품으로, 최근 중동과 미국 시장에서 수주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대일렉트릭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여 현지 생산 확대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주 잔고 증가로 향후 2~3년간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됩니다. 최근 주가는 관세 우려로 조정을 받았으나, 업황은 여전히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 평화홀딩스(010770)
중소형 변압기와 전력자동화 시스템 분야에 특화된 평화홀딩스도 주목할 만한 종목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 그리드 현대화와 스마트 그리드 확산에 따른 전력 자동화 시스템 수요 증가가 기대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밸류에이션도 매력 요인으로 꼽힙니다. 대형주 대비 시장 관심도는 낮지만, 기술력과 실적 측면에서 재평가 가능성이 있습니다.
5. 제이엔케이히터(126880)
산업용 열교환기 전문기업에서 최근 데이터센터용 냉각 시스템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제이엔케이히터도 전력 인프라 관련주로 분류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는 전력 효율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됩니다.
특히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데이터센터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 기여도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전력기기 업종 투자 전략: 해외 진출 가속화와 실적 개선 주목
전력기기 업종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AI 확산이라는 세 가지 메가트렌드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포인트에 주목하여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 현지화 전략 보유 기업 우선: LS일렉트릭처럼 이미 미국 등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했거나 구축 중인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에 대한 방어력이 높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단기적인 무역 갈등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데이터센터 관련 제품 라인업 확인: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입니다. 데이터센터용 배전시스템, 무정전전원장치(UPS), 냉각시스템 등의 제품 라인업을 갖춘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신재생에너지 연계 솔루션 보유 기업: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그리드 안정화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들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ESS 연계 시스템과 직류송전(HVDC)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유망합니다.
전망: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 확대...국내 기업들 입지 강화될 듯
LS일렉트릭의 미국 배스트럽 캠퍼스 준공은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품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그리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어, 전력기기 업종의 중장기 성장성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과 같은 무역 장벽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전력기기 업종은 단기적인 관세 이슈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큰 업종으로, 특히 해외 진출 확대와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모색해볼 만합니다. 무엇보다 LS일렉트릭처럼 과감한 해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기업들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