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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인수로 본 오아시스마켓의 이커머스 영토 확장 전략

by 귀한하루 2025. 4. 15.

지어소프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소셜커머스 1세대로 불렸던 티몬이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새벽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의 새 주인으로 확정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됐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위기에 처했던 티몬의 재기 여부도 주목되는 가운데,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 배경과 향후 전략을 살펴봤다.

7개월 만에 새 주인 찾은 티몬

14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이번 주 서울회생법원에 오아시스마켓을 최종 인수자로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그간 티몬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는 인수 예정자를 먼저 선정한 후 공개 입찰을 병행하는 방식인데, 지난 9일까지 다른 인수 제안이 없어 오아시스마켓이 최종 인수자로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인수가는 200억원 내외. 이 금액으로는 채권단 변제율이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여 채권단의 반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이 피해 셀러들을 위한 별도의 구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티몬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5월 15일까지다.

함께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위메프는 아직 최종 인수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1개 업체가 인수 의향을 밝힌 상태로, 제너시스BBQ와는 별개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 측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5월 7일이지만 추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새벽배송의 반란... 오아시스마켓은 어떤 회사?

오아시스마켓은 게임업체 지어소프트가 2020년 설립한 새벽배송 이커머스 기업이다. 마켓컬리, SSG닷컴 새벽배송에 이어 업계 3위권으로 평가받는 오아시스마켓은 수도권 중심으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새벽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376300)는 원래 모바일 게임 개발사였지만, 2019년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하고 오아시스마켓을 키워왔다. 현재 지어소프트는 오아시스마켓 지분 86.2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새벽배송 사업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산업 내부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 활성 사용자 수(MAU)는 약 80만 명 수준이며, 연간 거래액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 거주자들 사이에서 신선식품 품질과 빠른 배송으로 입소문을 탄 케이스다.

'신선식품 강자 + 종합몰'... 오아시스의 승부수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는 업계에서 예상치 못했던 '다크호스'의 등장이었다. 그렇다면 오아시스마켓은 왜 위기의 티몬을 품에 안으려 하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오아시스마켓의 이번 인수가 '외연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IPO를 위한 발판 마련'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오아시스마켓은 지금까지 새벽배송과 신선식품이라는 특화된 시장에 집중해왔다. 이 전략으로 단기간에 성장했지만, 신선식품 시장은 마켓컬리, 쿠팡 로켓프레시, SSG닷컴 등 대형 플랫폼들의 각축장이 됐고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 오아시스마켓은 티몬 인수를 통해 패션, 생활용품, 가전 등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종합 이커머스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신선식품에 강점이 있고, 티몬은 일반 쇼핑몰 운영 노하우가 있어요. 두 회사가 만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겁니다. 특히 고객층이 겹치지 않아 교차 마케팅 효과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유통업계 관계자 A씨)

또 다른 측면은 IPO(기업공개)를 위한 사업 확장이다. 오아시스마켓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는 이미 상장사지만, 향후 오아시스마켓을 별도로 상장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신선식품 특화 업체보다는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기업가치 평가에 유리하다.

주목할 만한 시너지 효과로는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고객층 확대: 오아시스마켓의 신선식품 구매 고객과 티몬의 일반 쇼핑몰 이용자 통합
  2. 물류 네트워크 효율화: 오아시스마켓의 콜드체인과 티몬의 일반 물류 시스템 통합
  3. 구매력 강화: 규모 확대를 통한 협상력 제고 및 원가 절감
  4. 기술 통합: 양사의 IT 시스템 및 데이터 분석 역량 결합

인수 후 향후 로드맵은?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이커머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통합 과정의 진통을,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우선 풀어야 할 숙제들

티몬 인수 후 오아시스마켓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셀러 신뢰 회복'이다. 티몬은 지난해 미정산 사태로 많은 셀러들의 신뢰를 잃었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판매자들이 플랫폼을 떠났다. 이들을 다시 유치하고 안정적인 정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둘째로는 브랜드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 티몬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오아시스마켓으로 통합할 것인지, 혹은 제3의 브랜드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티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높지만, 최근의 부정적 이슈로 인한 이미지 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는 조직 통합 과정에서의 인력 운용이다. 통합 과정에서 중복 업무 조정과 효율화는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얼마나 원만하게 진행하느냐가 조직 안정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티몬의 실무 인력과 MD 경험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니까요. 다만 중복 부서는 통합되고 일부 업무 조정은 있을 겁니다."(이커머스 컨설턴트 B씨)

중장기 성장 전략

초기 진통을 겪은 후에는 오아시스마켓과 티몬의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중장기 전략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신선식품+일반쇼핑'의 원스톱 서비스 구축이다. 소비자들이 신선식품과 일상 생활용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통합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자체 PB(프라이빗 브랜드) 상품 라인 확대다. 마켓컬리의 '컬리스'처럼 자체 브랜드 상품을 다양화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특히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갖춘 PB 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오프라인 거점 확대를 통한 옴니채널 전략이다. 이미 일부 운영 중인 오아시스 스테이션(픽업 포인트)을 확대하고, 티몬의 오프라인 행사 노하우를 접목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채널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데이터 기반 개인화 서비스 강화다. 양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더 정교한 추천 시스템과 맞춤형 프로모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식품은 구매 주기가 짧고 충성도가 높은 편이에요. 반면 일반 쇼핑은 가격 비교가 활발하죠. 두 영역의 데이터를 결합하면 소비자 행동 패턴을 더 정확히 분석할 수 있고, 이는 큰 경쟁력이 됩니다."(유통업계 데이터 분석가 C씨)

국내 이커머스 지형도 변화하나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 상위 업체들의 점유율이 계속 확대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상위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 하나는 특정 카테고리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문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 전략'이다.

오아시스마켓은 그동안 새벽배송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제는 티몬 인수를 통해 '규모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마켓컬리가 추구하는 '전문화 전략'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이커머스는 결국 규모의 게임입니다. 특히 물류, 마케팅, IT 인프라 같은 고정비 비중이 큰 산업이라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수익성이 나아져요. 오아시스마켓의 선택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됩니다."(이커머스 업계 경영자 D씨)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오아시스마켓은 연간 거래액 기준 현재 약 5,000억원에서 중장기적으로 1조 5,000억원 이상으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오아시스마켓의 위상을 크게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형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우위를 점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쿠팡과 네이버는 이미 신선식품 배송과 일반 쇼핑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물류 인프라와 회원수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아시스마켓이 신선식품에서 쌓은 전문성과 티몬의 소셜커머스 노하우를 결합해 독특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대형 플랫폼들 사이에서도 분명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커머스 1세대의 운명

한편,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 절차는 국내 소셜커머스 1세대의 부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0년 전후로 등장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한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혁신을 이끌었지만, 쿠팡과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쿠팡은 소셜커머스에서 출발했지만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티몬과 위메프는 소셜커머스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 제안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위메프와 티몬의 경영난은 이커머스 업계의 '승자독식'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위메프의 경우 현재 1개 기업이 인수 의향을 밝힌 상태로, 그 결과에 따라 국내 소셜커머스의 미래 지형도가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위메프도 결국 오아시스마켓처럼 특화된 서비스를 가진 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커머스라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이제는 의미가 퇴색됐어요. 오히려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이커머스들이 기존 플랫폼을 인수해 외연을 확장하는 흐름이 이어질 겁니다."(이커머스 업계 중견 임원 E씨)

결론: 오아시스마켓의 도전이 시작됐다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과 특화된 이커머스 사이에서 '신선식품 강자+종합몰'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다. 초기 진통을 거쳐 시너지가 성공적으로 창출된다면, 오아시스마켓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의 셀러 신뢰 회복, 조직 안정화, 브랜드 재정립 등 여러 도전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인수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과거 소셜커머스의 선두주자였던 티몬이 새벽배송 강자 오아시스마켓의 품에 안기면서 쓰게 될 새로운 역사가 주목된다. 이번 인수가 단순한 기업 구제를 넘어 진정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성공적인 M&A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